이 미드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개인적으로 여러번 본 미드를 꼽으라면 저는 앨리맥빌을 빼놓을 수가 없다. 1997년에 시작해 2000년까지 5시즌을 선보인 드라마인데. 아날로그, 향수, 90년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듯. '그레이 아나토미'나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금발이 너무해' 그 시즌 즈음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장르 > 법정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메인 캐릭터 > 앨리맥빌 (Ally Mcbeal)
주인공을 이렇게 설명하면 와닿을 것 같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 있을만한 딱 그런 사람.
"아니, 얼굴도 이쁘고, 똑부러지고, 직장도 괜찮고, 성격도 뭐, 살짝 까탈스러울 때도 있긴 한데 의외로 허당기도 있어서 귀엽게 보일 때도 있어. 진짜 다 괜찮은데 왜 대체 결혼을 못했을까? 근데 비혼주의자는 아니래. 나이도 있어서 막 백마 탄 왕자를 바라는 그런 환상을 가진 것도 아닌데. 아, 물론 그렇다고 현실을 아예 무시하는 건 아니고. 그냥 자기랑 좀 비슷하고, 적당히 평범한 사람을 찾는데 아직까지 그런 사람을 못 만났나봐."
그래서 한국 버전으로는 미드의 타이틀이 '앨리의 사랑만들기'라는데 다소 촌스럽게 들리지만 90년대니까 이해하도록 한다.
시작점 > 같은 법대를 나온 동기의 보스턴 로펌사에 이직한 앨리맥빌이 자신의 첫사랑이자 오래 만났던 전남친을 마주친다. 은연중에 재회 기대를 갖는 앨리맥빌이지만, 알고보니 같은 회사에 그의 와이프가 있다. 이걸 깨닫는 순간, 쪽팔림, 속상함 등의 복잡한 심사를 앨리 주인공이 꽤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전남친 앞에서 최대한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솔직히 쿨하지 않는 그녀. 속상해서 몰래 울어버린다. 비슷한 상황을 겪었더라면 보면서 위로받을 수 밖에 없다. 어쨌거나 과거는 과거로, 여러 남자들을 만나며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이 언니 엄청 코믹하다. 멘탈 나가서 막춤 추고, 가끔 이상한 상상 잘하고, 열폭도 잘한다. 똑똑한데 허당끼가 있는 여자라 밉지가 않다.
구성 > 미드인만큼 매회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동시에 전 시즌에 아우르는 거대한 주제는 앨리맥빌이 자신의 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에피소드별 플롯 구성은 한 에피소드에 두 가지 갈래가 동시에 흘러한다.
[1] 사건 플롯 : 법정 사건 케이스
딱딱하지 않고, 너무 심오하지 않고 일상의 사건이 주를 이룬다.
예) 유니콘 환상을 봤다는 걸 동료에게 말했단 이유로 해고 당한 사건
[2] 사랑 플롯 : 전남친 + 각종 썸남 사건
일하다 만나게 된 썸남,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자, 카페에서 알게된 썸남 등 각종 올드비와 뉴비가 번갈아 나오며 연애의 싹이 트일 듯 말 듯. 그러나 결국엔 다 좌절로 끝난다. 주인공의 성격적 문제도 있지만 남자들이 다 좀 평범하지 않다. 이 역시 현실에서도 자주 보이죠. 돈많은 재벌 찾는 것도 아니고 딱 나만큼만 정말 그저 평범한 사람을 찾는데, 평범한 사람 찾기 하늘의 별따기처럼 느껴짐. 드라마라 약간 더 양념이 들어갔을 뿐 주인공이 처한 감정은 공감적인 요소가 많다.
예) 이혼남 / 롱디가 되는 상황 / 나이차 많은 연하 / 직업이 불안정한 남자 / 정신병력 있는 남자 / 바이섹슈얼 등
재미요소 >
1. 코믹 요소들이 많다.
뮤지컬 적인 노래 요소들과 엽기적인 이펙트 효과(갑자기 혀가 길어져서 핫가이를 핥는다거나...) 그런 요소들이 곳곳에 들어가 있어서 로코처럼 가볍게 틀어놓기 좋습니다.
2. 생각할 거리들이 많다.
인간적인, 혹은 별난 법정 사건 케이스들을 다루다보니 감동 이야기들도 많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감동 에피소드들도 곳곳에 녹여져 있다. 특히 윤리나 인류애(때로는 너무나 합리적인 것이 사람의 존엄을 짓누를 때) 등에 대해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기도 한다.
3. 공감 가는 현실들이 많이 깔려있다.
나이 들어가는 거에 대한 공포(생일날 거울의 주름을 보고 소리를 지른다거나), 이번에 만나는 남자는 진짜일 거라는 과한 기대, 직업이 너무 불안한 남자에 대한 머뭇거림, 전남친 잊지 못하는 찌질이가 된다거나, 괜히 남한테 화풀이하고 미안해 한다거나, 이대로 평생 아무도 못만나면 어쩌나 두려워하는 모습 등등 너무 현실적이다. 이건 시대가 달라져도 똑같나보다.
90년대 미드인 걸 감안하면 역사는 늘 반복되고, 사람 사는 거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즌2가 제일 재밌다고 느꼈는데,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한가봅니다. 미국에서도 시즌 2 평점이 가장 높습니다.
Plus 1. 여기에 젊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나옵니다. 같은 사람인지 처음에 못 알아봤다...ㅎ
Plus 2. 귀요미 서브 등장인물이 노래도 잘 부릅니다. 연말에 종종 틀어놓으면 힐링이 된다.
James marsden 'Always on my mind'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미드. 현실적인 30대 여성의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과장된 코믹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연애도 하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고, 자신의 외모도 직장도 나쁘지 않고, 대단한 걸 바라는 건 아니지만, 괜찮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 여자'에게 공감되는 그런 미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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