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물 하면 아무래도 남성 독자층을 주로 생각할텐데요, 예전에 비해 독자층의 성별의 구분이 많이 모호해지는 추세입니다. 특히 소년 만화의 독자층이 다양해지면서, 여성 독자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액션·무협 만화인 '사카모토 데이즈 14'의 경우, 여성 구매 비율이 60.6%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액션 장르에서도 여성 독자층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한국의 대표적인 무협 만화 '열혈강호 90'의 구매자 중 약 30%가 여성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이는 전통적으로 남성 독자가 많았던 무협 장르에서도 여성 독자층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지갑은 여성이 연다"...'소년만화' 대세였던 출판만화도 이제 여성이 '큰손'(한국일보)
이러한 변화는 소년 만화의 내용과 캐릭터가 다양화되고, 여성 독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작품들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만화 소비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이 약화되면서, 여성 독자들이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적극적으로 즐기게 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원피스 이후로 인기를 끌었던 '귀멸의 칼날'과 '주술회전'의 여성 독자층은 어떨까요? 아래는 21년도 교보문고 순위를 다룬 기사에서 확인한 데이터인데요. 어느 작품이 여성들의 마음을 더 끌었을까요?
‘귀멸의 칼날’은 ....여성 독자의 구매가 68.1%
/ ‘주술회전’... 여성 독자의 구매는 86.6%로 압도적이었다.
단행본, 굿즈 등을 애장품처럼 활발하게 구매하는 여성들을 고려하면 소년물이라고 해도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두 작품이 어떻게 다르게 받아들여지는지 볼까요?
귀멸의 칼날: 가족애 감성
귀멸의 칼날은 탄지로의 가족애와 희생정신, 네즈코와의 형제애가 중심이 되면서 어찌보면 액션을 제외하면 드라마 장르를 보는 감성으로 관찰하게 됩니다. 스토리는 재밌지만 캐릭터 비주얼이 아무래도 살짝 어린이처럼 보여지다 보니 아무래도 덕질을 할 요소가 살짝...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와, 장난아니다... 쩐다...!' VS '헐...! 개멋있어...!' 포인트의 차이랄까요? '헐...! 개멋있어..!' 이 포인트를 당겨줘야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유리하다고 봅니다. 이 후자의 포인트를 잘 잡은 게 바로 주술회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술회전: 스타일과 캐릭터 매력
주술회전은 남다른 스타일과 캐릭터 개성이 강한 게 특징입니다. 특히, 고죠 사토루, 후시구로 메구미 등 미형과 스타일을 갖춘 캐릭터가 여성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 다소 어두운 주제와 심리적 갈등, 캐릭터 간의 미묘한 관계는 진지한 서사를 선호하는 여성 팬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습니다.
또한 쿠기사키 노바라처럼 강인하고 자기주장이 뚜렷한 신여성 캐릭터는 기존 소년 만화와 차별화된 요소로 여성 독자들에게 호평받았습니다. 이 부분 또한 같은 여성 캐릭터라도 귀멸의 칼날(기존 작품들의 여성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음)과 대조되는 포인트 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주술회전에서 여성 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는?
바로 고죠 사토루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사카의 길거리 굿즈샵에서는 고죠 사토루 관련 제품이 가장 많이 진열되어 있다고도 하고, 인기투표에서는 고죠 사토루가 1위를 차지한 적도 많다고 합니다. 단순히 최강자라 그런가 아닌가? 남자들한테도 제일 인기 많지 않나? 하기에는 기존에 다른 소년물에서 남성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가 꼭 여성 팬들과 일치하지는 않았습니다.
고죠 사토루가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그의 다면적인 매력과 독특한 캐릭터 설정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모도 외모지만 특히, 기대하지 않았던 반전의 장치가 많습니다. 즉, 부드러움과 강함 / 유머와 진지함 / 보호자와 반항자의 이중적 면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이지만 진지할 땐 진지하다
고죠는 진지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며, 가벼운 농담과 여유로운 태도로 매력을 발산합니다. 그러나 필요할 때는 냉철하고 진중한 면을 보여주며, 이중적인 성격이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또한 작품 내내 밝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지만, 깊은 과거의 상처와 고뇌를 가진 캐릭터로 묘사됩니다.이러한 내면적인 깊이는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만들고 여성 팬들이 감정적으로 연결되기 쉽게 합니다.
> 보호자와 반항자의 이중적 이미지
선생으로서 제자들에게 헌신적이며, 후배를 지키고 이끄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주술계 내부의 부조리를 거침없이 비판하고 반항하는 모습은 반항적 매력을 드러냅니다. 또한, 옳고 그름에 있어서 너무 선한 면에 몰입하는 이타도리와 달리, 선(善)은 선인데, 날라리 선(善)의 아슬아슬한 모습도 매력 포인트가 됩니다. (그치만 선을 더 벗어나버리면 비호가 되어버립니다)
> 눈가리개에 가려진 매력적인 외모
눈가리개와 뾰족 솟은 머리로 나타난 첫 등장때만 해도 외모에 대한 기대는 낮았을 겁니다. 그러나 눈가리개를 벗는 순간 예쁜 눈과 미소년 분위기에 일단 한번 놀라고 맙니다. 미소년 같다가도 전투 씬에서는 거친 작화가 부드러움과 거침의 서로 다른 느낌을 줍니다.
> 철부지 없어 보이지만 압도적 능력의 최강자의 포지션
하는 행동만 보면 철부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고죠는 작품 내에서 "최강의 주술사"로 불릴 만큼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걸 감추지 않는 강함과 자신감이 결합된 모습은 카리스마를 강조하며, 의지할 수 있는 강한 남성의 매력을 어필합니다.
꼭 여성 뿐 아니라도 고죠 사토루는 단순히 강한 캐릭터를 넘어, 외모, 성격, 능력, 감정의 깊이 등 다양한 매력을 가진 복합적인 캐릭터로 남성 팬들로부터도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체감상 기존 액션, 소년물에서 인기 캐릭터는 강강강강강 이었다면, 고죠 캐릭터는 소프트강유머강 처럼 부드러운 유함이 섞여있습니다.
능력있는 남자는 맞지만, 위압적이거나 고지식하지 않은 모습이 요즘 시대에 여성들의 선호상을 대변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반전 외모와 키 등의 외형도 빠질 수 없고요.
이와 비슷하게 분명 소년을 타깃으로 한 장르물이지만 캐릭터의 스타일(외형, 패션, 츤데레, 다정이 등)을 잘 잡으면 오히려 여성 팬들을 훨씬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쿠로코의 농구 또한 농구 스포츠물인데도 불구하고 여성 팬들이 엄청나게 많았는데요. 굿즈로 파생되는 매출을 생각하면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년물을 구상하신다면, 여성 독자층까지 끌어들일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꼭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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